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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청약은 허황된 꿈"... 주택청약 등 돌린 2030, 어디로 향하나?

"수십억 분양가에 가점제는 '로또'… 2030세대, 주택청약 대거 이탈"
"청약통장 던진 2030, 주식·ETF와 소형 빌라 매매로 '각자도생'"

출처:AI이미지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 씨(33)는 최근 7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성실히 부어

온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해지했다. 매달 10만 원씩 납입하며 가점을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의 33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1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목격한 뒤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가점제 중심의 현 제도에서 20대와 30대 초반이 당첨될 확률은 로또 수준에 불과하다"며 "설령 가까스로 당첨된다 해도 치솟는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이자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차라리 통장을 깨 시드머니를 만드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씁쓸하게 털어놓았다.

 

이처럼 치솟는 분양가와 갈수록 높아지는 청약 문턱에 지친 2030세대가 대한민국 전통의 '내 집 마련 공식'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74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만 명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들어 감소세는 한층 가팔라져 이미 지난해 전체 연간 감소 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의 이탈이 전체적인 가입자 수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필수 재테크 수단'으로 통하던 청약통장이 청년층 사이에서 '실효성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이들의 자금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소형 주택 매매 등 각자도생의 대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증권 계좌 개설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배당주와 미국 지수 추종 ETF, 테마형 종목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주를 이룬다. 주택 청약으로는 자산 증식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과 박탈감이 작용한 결과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뚜렷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청약을 통한 대단지 아파트 분양 대신, 서울 및 수도권 역세권의 소형 빌라나 오피스텔, 나홀로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는 2030 매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택 시장에서 30대 이하의 매수 비중은 전체의 35~40%를 상회하며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거액의 소요 자금이 진입을 가로막자, 소액 대출과 보유 현금을 동원해 실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청년층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무더기 청약 포기 현상을 단순한 투자처 변경 이상의 심각한 시그널로 진단한다. 주거 안정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이는 곧 청년들의 결혼 기피와 국가적 출산율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년들이 청약을 포기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주거 안정의 꿈을 접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치솟는 분양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청년 전용 특별공급 물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실효성 있는 금융 대출 지원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거 사다리 붕괴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하게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