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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유럽연합 신규 순환경제 규정에 가로막힌 현대차·기아… 공급망 생태계 대전환 시급

소재 조달부터 폐기까지 통제하는 EU 고강도 법안 발효… 가격 경쟁력 앞세운 중국산 공세 속 전례 없는 이중고 직면

출처:연합뉴스TV

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유럽 대륙을 겨냥해 온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들의 현지 확장 전략에 거대한 암초가 나타났다. 단순히 매연 배출량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최초의 설계 도면부터 수명이 다해 버려지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유럽연합(EU)의 엄격한 통제 아래 두는 고강도 입법 조치가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판매 대수를 늘려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는 데 골몰하던 제조사들은 이제 차량의 물리적 뼈대와 부품 조달 지도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그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국면에 직면했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이달 중순부터 공식 적용되는 해당 제도는 자동차 산업 전반을 거대한 자원 순환의 고리로 묶어버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과거에는 폐기 단계에서의 단순한 재활용 가능 수치만 충족하면 그만이었으나, 앞으로는 제조 공정의 출발점인 원자재 선택 단계부터 친환경 재생 성분을 얼마나 포함했는지 낱낱이 증명해야 한다. 특히 다가오는 2030년대 초반부터는 신차에 사용되는 전체 플라스틱 원료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버려진 차량이나 소비 후 폐기물에서 가공해 조달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가동된다.

 

이러한 규범은 차량의 구조적 설계 방식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동력 전달의 핵심인 전기 모터나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 등이 정비 현장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분리될 수 있도록 조립 방식을 혁신해야 하며, 부품별 소재 이력을 실시간으로 증명하는 디지털 추적 시스템까지 도입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완성차 본사는 물론이고 하부 조립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협력 업체와 폐기물 처리 분야의 영세 사업자들까지 긴밀하게 연동된 통합 데이터 관리망을 구축해야만 유럽 땅에서 차를 팔 수 자격을 얻게 된다.

 

이 같은 급격한 제도 변화는 현지 시장 지배력 강화를 노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영 전략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격이다. 엄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량을 사사사건건 끌어올려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고도의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되는 재생 플라스틱의 안정적 수급처를 발굴하고 계열사 전체의 부품 이력 관리 체계를 손보는 작업까지 동시에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생산 거점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발 모빌리티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점유율 다툼까지 벌어지는 판국이라, 규제 비용 분산과 공급망 효율화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향후 유럽 사업 성패를 가늠할 결정적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