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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검찰 보완수사권 박탈 논란… ‘이채원양 사건’ 부실 수습이 남긴 위험한 전조

핵심 증거 분실과 피의자 가족의 증거인멸 방치, 수사 독점이 가져올 사법 공백의 경고음

출처:SBS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최근 발생한 여고생 이채원양 살해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과 핵심 증거물 관리 소홀은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의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특히 경찰의 수사 결과물을 사후에 검증하고 보완할 수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박탈될 경우, 사법 정의를 지탱해 온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사라져 결국 무고한 시민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도한 수사 권력 독점이 초래할 수 있는 사법 공백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전조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건 당시 이양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길거리에서 귀가하던 중 참변을 당했으며, 대학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범행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하고 피해자의 격렬한 저항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유류품인 운동화를 수사 증거로 확보하지 않아 끝내 분실했다. 심지어 범행 흔적이 남은 이양의 상의 스웨터 역시 혈흔 분석을 이유로 여러 조각으로 자른 뒤, 유가족에게 돌려주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이 임의로 폐기 처분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경찰의 부실한 증거 관리는 피해자의 유품에만 그치지 않았다. 범인의 계획성과 범행 동기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였던 훼손된 리얼돌은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 아버지가 임의로 조각내어 처분하도록 그대로 방치되었다. 또한 피의자의 차량 내부에서 범행 결박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케이블타이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압수 절차를 밟지 않고 현장에 그대로 남겨두는 치명적인 과오를 범했다. 이로 인해 당시 수사를 지휘하던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며 경찰 수사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된다면, 초기 수사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찰의 부실이나 고의적인 증거 누락은 사법 절차 내부에서 바로잡을 길이 영원히 막히게 된다. 현행 제도하에서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법리적 왜곡이나 미진한 점이 있을 때, 법원의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 검찰이 이를 이중으로 점검하고 바로잡는 핵심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이 사후 통제 기능이 상실되면 부실하게 수집된 증거와 왜곡된 사실관계가 그대로 진실로 둔갑하여 법정에 제출될 위험성이 극대화되며, 이는 진범을 처벌하지 못하거나 억울한 피의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대한민국 경찰은 전국적인 조직망과 방대한 인력을 보유한 거대 권력 기관이며, 사후 검증 절차 없이 독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된다면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적 원칙은 작동을 멈추게 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의 직계가족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현직 경찰관이거나 학연, 지연 등 외압이 작용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나 권력 비대화의 폐해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객관적인 외부 기관의 검증과 보완 요구가 차단된다면, 거대한 수사 기관의 일방적인 판단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힘이 없는 무고한 시민과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 유품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깊은 상처를 입은 이채원양 유가족의 분통은 단순한 실무적 실수를 향한 원망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부실한 시스템을 향한 절규다. 사법 정의는 하나의 기관이 모든 권한을 독점할 때가 아니라, 엄격한 상호 검증과 투명한 견제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단 한 명의 억울한 국민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되는 보완수사권 박탈 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오히려 초동 수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객관적인 사법적 통제 장치를 촘촘하게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