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현상에 대응하고 역내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철강 수입 규제 제도가 2026년 7월 1일을 기해 본격적인 전면 시행에 돌입했다. 이번 조치로 유럽연합 전역의 연간 무관세 수입 허용 총량은 기존 3,382만 톤 규모에서 1,835만 톤 수준으로 약 46%라는 기록적인 폭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관세를 물리지 않는 한도 물량을 초과하여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부과하는 페널티 관세율 역시 기존의 25%에서 두 배나 높은 50%로 대폭 인상 확정되었다.
대한민국 철강 업계가 다른 국가와의 지분 경쟁 없이 독점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배정된 한국 전용 국가별 무관세 쿼터는 기존 글로벌 세이프가드 체제 하에서의 258만 1,000톤과 비교해 약 19.7% 줄어든 총 207만 3,000톤으로 최종 정해졌다. 유럽연합 전체의 무관세 문턱이 사실상 반토막이 나는 초유의 무역 장벽 강화 흐름 속에서, 국내 철강 산업의 전용 쿼터 감소율을 10%대 후반 수준으로 막아내며 수출 전선의 직접적인 타격을 상당 부분 방어해 냈다는 합리적인 평가가 정부와 산업계 안팎에서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 단행된 유럽연합의 신철강 제도는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인상 조치 이후 갈 곳을 잃어버린 글로벌 저가 철강 제품들이 유럽 대륙 시장으로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무역 왜곡 현상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강력한 빗장 규제다. 정부 공식 문서와 발표 자료를 통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번 수입 규제 개편안은 품목별 유럽 시장 점유율 기록과 더불어 해당 국가가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연계하여 국가별 전용 물량과 연합 공용 물량을 철저하게 이원화하여 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3년 동안의 평균 유럽연합 시장 점유율 추이가 5% 기준선 이상을 기록한 고탄소강 가공재를 포함한 14개 주요 철강 품목에서 205만 7,000톤의 전용 물량을 획득했다. 점유율 5% 미만에 해당하는 나머지 16개 취약 품목군에서는 1만 6,000톤 규모의 국가 전용 할당량을 각각 나누어 받아 안정적인 기본 수출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로 유럽행 수출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했던 국내 산업계가 최악의 파국을 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치밀한 다각적 통상 외교와 최고위급 정상외교의 막판 시너지 효과가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민국 교섭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의 실무 협상 트랙과 벨기에 브뤼셀의 집행위 고위급 라인을 상시 동시 가동하면서, 한국이 유럽연합과 아시아 대륙 최초로 자유무역협정을 전격 체결한 신뢰도 높은 전략적 동반자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역설했다.
특히 대한민국 철강 제품이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부당한 반덤핑 관세 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모범적인 무역 주체라는 점을 강력한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지난달 개최된 한·EU 정상회담에서 정상 차원의 공식 의제로 철강 규제 완화 문제를 직접 제기하는 전례 없는 승부수를 던진 끝에 경쟁국 대비 가장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쾌거를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유럽연합 진출 경쟁국들의 무관세 할당량 변동 내역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방어 전략이 얼마나 유효했는지가 보다 명확하게 입증된다. 세계 철강 시장의 최대 변수인 중국의 경우 종전 무관세 한도와 비교해 무려 65.9%라는 치명적인 수준으로 쿼터가 강제 삭감당했다.
아울러 또 다른 신흥 철강 강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와 튀르키예 역시 유럽연합의 엄격한 자국 산업 보호 잣대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기존 할당량 대비 각각 30.2%와 29.4%씩 무관세 물량이 대거 깎여 나가는 심각한 무역 제재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주요 경쟁국들이 유럽 대륙 수출 시장에서 높은 관세 폭탄 리스크에 직면하며 주춤하는 사이, 대한민국 철강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무관세 영토를 선점하게 됨에 따라 향후 유럽 현지 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적 반사이익 기회까지 확보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무역 현장에서 활약 중인 국내 주요 철강 제조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심 단계에 접어들기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와 잠재적 불확실성 리스크가 시장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철강 업계가 지난 한 해 동안 유럽연합 경제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해 온 전체 철강 물량의 총합은 약 324만 톤 규모에 달한다. 이는 이번에 어렵게 사수해 낸 한국 전용 무관세 쿼터 물량인 207만 3,000톤을 약 116만 톤 이상 크게 웃도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상 당국이 이러한 수출 공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해 둔 핵심 보완 장치는 바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국 지위를 기반으로 접근 권한을 획득한 총 147만 5,000톤 규모의 '공용 쿼터' 풀(Pool)이다. 국내 철강 기업들이 자사에 배정된 전용 국가 물량을 우선적으로 전량 소진한 이후, 이 공용 쿼터 영역에 적극적으로 진입하여 추가 물량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경우 우리가 무관세 혜택을 누리며 유럽에 보낼 수 있는 가용 물량은 이론적으로 최대 354만 8,000톤까지 증대될 수 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이상적으로 실현된다면 지난해 기록한 전체 유럽 수출량인 324만 톤을 전액 무관세로 수용하고도 남는 여유로운 수준이 되어 철강 기업들의 관세 부담은 완벽하게 제로에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통상 관계자들은 이러한 공용 쿼터 제도가 지닌 고유의 운영 방식과 태생적 한계점을 지적하며 국내 철강 업계가 매 분기마다 피 마르는 선착순 확보 경쟁의 불확실성을 견뎌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럽연합의 공용 쿼터는 일 년 단위가 아닌 매 분기별로 새로운 물량이 개시되는 철저한 '선착순(First-Come, First-Served)' 소진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자유무역협정 파트너국들이 매 분기 초반에 수출 물량을 집중적으로 밀어내며 마구잡이식 확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실무 당국 조사를 보더라도 공용 쿼터의 경우 분기별 조기 마감 변수가 워낙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글로벌 물류망 상황과 유럽 현지 수요처의 가동률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이 많아 실제 우리 기업이 가져갈 파이를 현재 시점에서 낙관적으로 확정 짓기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철강사들은 물론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철강 가공 업체들은 오늘부터 전면 가동되는 새로운 통상 환경에 맞추어 전례 없이 정교한 분기별 물류 및 출하 통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무관세 전용 쿼터가 일찍 소진되는 핵심 효자 품목들을 중심으로 분기 초반 유럽 현지 통관 일정을 철저하게 맞추는 '타임 어택'식 수출 공조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공용 쿼터 진입 시기를 놓쳐 일시에 50%의 징벌적 고율 관세를 부과받아 수익성이 극단적으로 악화되는 최악의 물류 대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정부와 현장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발 철강 무역 장벽 강화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철강 산업 체질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특정 경제권에 대한 과도한 수출 의존도를 해소하는 고도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 시장이 미국에 이어 국내 철강 업계의 두 번째로 큰 거대 핵심 해외 시장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향후 유럽연합이 지속적으로 쏟아낼 친환경 무역 규제 장벽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시장 다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생존 과제다.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친환경 철강재 개발을 통해 마진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 성장 시장으로의 공급망 다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하여 거대 경제권의 통상 규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구조적 대전환을 완수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