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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호남 반도체 400조 메가 클러스터 확정 여야 전면전 촉발

서남권 반도체 거점 조성에 민주당 국토 균형 발전 환영 대 국민의힘 전당대회용 관치 금융 폭주 정면 충돌

출처:연합뉴스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호남을 핵심 축으로 삼는 1600조 원 규모의 대도약 메가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하자마자 여야 정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서남권 일대에 총 400조 원을 투입하는 ‘제2 반도체 거점’ 조성 계획이 공개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의 해석과 정략적 셈법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소외되었던 호남 지역의 경제 자립과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룰 역사적 결단이라며 전폭적인 지지와 신속한 입법 지원을 약속한 반면, 국민의힘은  여당 지도부 선출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여당의 텃밭을 겨냥해 대기업의 팔을 비튼 최악의 관치 경제이자 정치적 도박이라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는 거센 총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호남 지역에 첨단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규정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 결정을 정치적 음모론으로 폄훼하는 국민의힘의 태도야말로 고질적인 지역주의 조장이자 발목잡기 구태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예산이 올해 하반기 예산안 심사에서 차질 없이 반영되도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단계부터 철저히 사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당내 계파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번 발표를 정권 차원의 ‘선거 개입형 포퓰리즘’으로 바라보며 단일대오로 반발했다. 최고위원회 내부에서는 장동혁 대표 체제와 우재준 의원 등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하는 와중에도 이번 호남 400조 투자 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경제통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허리를 숙인 대통령의 모습 뒤에는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특정 지역에 투자를 강제한 압박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관치 금융의 부활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대기업 총수 출석 요구와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무소속 신분으로 원내에 진입한 한동훈 의원 역시 정부의 이번 발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보수 진영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한 의원은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을 두고 국정의 사유화이자 거대 여당과 현 정권의 이익이 맞물린 정략적 총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의 비판에 국민의힘 내부 동조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서남권 반도체 투쟁 전선은 단순히 여야 간의 대립을 넘어 보수 진영 내부의 정체성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의 공방이 과열되면서 오늘 오후 2시에 열리는 제436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초 지역사회 통합돌봄법 등 민생 법안 처리가 주된 안건이었으나, 여야 지도부가 본회의 직전까지 호남 반도체 투자 관련 상임위 긴급 현안 질의 개설을 두고 전력 투쟁을 예고하면서 본회의 전체 일정이 파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들은 여야의 거친 설전 속에서 구체적인 세부 재원 마련 방안과 부지 확보 계획에 대한 압박 질문을 동시에 받게 되어 국회 대기실에는 하루 종일 팽팽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향후 국정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첫 단추인 호남 반도체 투자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정쟁 표류를 거듭할 경우, 정권 후반기 경제 정책 전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들이 실제로 수백 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고 실행에 옮길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먼저 사생결단식 싸움에 돌입함에 따라, 민생 경제를 살리겠다는 메가프로젝트 본연의 취지는 퇴색되고 진영 간의 세 대결만 남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