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국내 증시가 사상 초유의 폭등락을 거듭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는 가운데, 주가 급반등의 호재 속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입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한 직후 곧바로 강력한 반등 장세가 펼쳐졌으나,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빚투'족들은 주가가 오르기 직전 새벽 장에서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 폭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은 원금을 고스란히 날린 것은 물론, 증시 회복에 따른 만회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시장 지표를 살펴보면 증시가 극적인 반등을 이뤄낸 시점에 위탁매매 미수금 청산 규모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하루 동안 강제로 매각된 대금만 1,107억 원에 달하며, 이는 바로 전 거래일에 집계된 424억 원과 비교했을 때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매일 아침 개장과 동시에 단행되는 강제 처분의 특성상, 미수금을 상환하지 못했거나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한 개인들의 물량은 주가가 바닥을 다지던 시점에 대거 시장에 쏟아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최상위권 종목들이 무더기로 주저앉으면서 시작되었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2.31%, 12.47% 수준으로 수직 하락함에 따라 코스피 전체 하락률은 9.99%까지 밀려났다. 이로 인해 수많은 계좌가 강제 매각 기준선 밑으로 떨어졌고, 이튿날 지수가 곧바로 3.26%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아침 일찍 주식을 빼앗긴 투자자들은 아무런 이득을 취하지 못했다. 이틀간 시장에서 청산된 누적 금액은 1,531억 원에 육박한다.
전체 미수금 규모 중에서 강제 청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기존 3.3% 수준에서 하루 만에 7.5%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개인이 증권사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뒤 이틀의 유예기간 내에 현금을 채워 넣지 못하면 삼 거래일째 되는 날 자산이 일괄 매도되는 제도의 특성이 독이 된 셈이다. 주가가 가장 낮을 때 기계적으로 물량이 매각되고 직후에 주가가 폭등하는 아이러니한 타이밍이 빚투 개미들의 계좌를 깡통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무자비한 자산 증발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부의 차입 투자 열기는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직전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38조 6,328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기록했다. 대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미수거래와 달리 신용융자는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보장되지만, 지금처럼 하루에 지수가 5%에서 10%씩 격렬하게 요동치는 환경에서는 결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장세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극단적인 수급과 심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신용융자를 활용해 버티기에 들어간 투자자들 역시 추가적인 폭락이 단 한 차례만 더 발생하더라도 담보 부족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자산을 지키기 위해 추가 대금을 납입해야 하지만, 가계의 자금 동원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는 결국 연쇄적인 반대매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증시 과열와 차입 투자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해지자 금융감독당국도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하며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문은 특정 종목의 등락률을 몇 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ETF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비롯해 과열된 투자 열기다. 시장의 전체적인 시가총액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위험도가 낮아지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차입을 동원한 공격적인 투자 행태가 가계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 원장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진입한 투자자들 가운데 서민층과 중산층의 비중이 예상보다 매우 높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들의 자산이 한순간에 와해될 경우 사회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자금 유입을 억제하고 변동성 장세 속에서 가계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거래소의 마감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9.28포인트 오르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8,930.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 자체는 암울했던 폭락의 기억을 지워내고 다시금 9,000포인트 고지를 향해 전진하는 모양새다. 외형적으로는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고 대세 상승 기류를 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자산을 강제로 털려버린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 계좌들이 가려져 있다.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는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변동성 그 자체이다. 주가가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내어 베팅하는 행위는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아무리 우량한 종목이라 할지라도 단기적인 하락 변동성에 담보가 무너지면, 장기적인 주가 회복의 혜택은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철저한 현금 비중 확보와 철저한 담보 비율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 투자는 리스크가 아닌 확정된 손실로 다가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