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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이 도리어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의 실적 악화 우려를 자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는 역대급 호실적을 올린 반면, 이를 구매해 완제품을 만드는 빅테크 기업들은 불어난 부품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주가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 같은 마진 압박 우려에 직면하며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1.72포인트(0.14%) 상승한 51,920.6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73포인트(0.01%) 내린 7,357.49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18.03포인트(0.46%) 하락한 25,358.60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AI 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감으로 지수 전반이 상승 흐름을 탔으나, 대형 테크 기업들의 비용 부담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는 흐름이 전개됐다.
시장의 이목은 공급망의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기업들의 극명한 희비 교차에 쏠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보는 호실적과 향후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주가가 16%가량 급등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이 주가를 강하게 견인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도체 가격 상승은 완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부품 비용 부담으로 전가됐다. 애플은 메모리를 비롯한 핵심 부품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북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군의 가격 인상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소비자 수요 위축과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고, 결국 애플 주가는 하루 만에 6.12%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소프트웨어 제품 가격 인상 소식과 더불어 자체적인 AI 인프라 구축 및 투자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거시적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가 3.46% 하락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인프라 고도화에 따른 지출 압박 속에서 각각 1%와 2% 안팎의 내림세를 보이며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술 섹터 내부에 구조적인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 기업의 폭발적인 실적과 매출 이면에는 공급망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기술주 중심의 시장 전체가 상승 기류를 다시 타기는 당분간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술주가 마진 압박으로 주춤한 사이, 돈은 전통 산업과 금융 섹터로 이동했다. 가치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헬스케어, 금융, 산업재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장중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기술주에 쏠려 있던 자금이 비용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경기 민감주와 방어주로 분산되는 자산 순환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산 시장 전체를 압박하는 거시 경제 지표도 여전히 끈적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발표된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물가 압력이 유의미하게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역시 전년 대비 3.4%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해당 수치들이 시장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형성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하지 않고 안정세를 유지했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2bp씩 하락해 4.13%와 4.39%선에서 거래됐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도 0.2% 하락했다.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원자재 시장의 불안도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다. 중동의 핵심 유류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는 5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2.25% 상승한 배럴당 71.92달러에 마쳤고, 글로벌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역시 2.06% 오른 75.26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는 원유 수송량 증가 기대감으로 가라앉던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과 지정학적 불안은 자산 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을 바꿨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129.56달러로 0.8% 상승하며 자금 유입을 입증했다. 반면 최근 기술주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던 가상화폐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2.6% 밀리며 5만 9천297.16달러까지 떨어져 심리적 지지선이던 6만 달러선을 하회했다. 이더리움 역시 3.3% 하락한 1천558.15달러에 머무는 등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번 뉴욕증시는 AI 혁신이 가져온 비용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인공지능 수요 확대가 반도체 생태계에는 즉각적인 축복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고비용 구조를 강요하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기술 기업들이 인상된 비용을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전가하고 마진을 방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 실적 둔화를 겪을지 공급망 전반의 수익성 구조를 면밀히 추적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