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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월급 250만 원은 돼야 생존” 최저임금 12,000원 시대, 결국 현실로 다가오나

미친 물가 폭등에 노동계 마지노선 제시…영세 자영업 폐업 도미노 우려에 정면 충돌

출처:SBS

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국내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마지노선으로 시급 12,000원을 공식 제안하며 서민 가계의 실질 소득 방어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번 요구는 단순히 지표상의 수치 인상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배달 기사, 택배 기사 등 플랫폼 및 도급제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제도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예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장기화된 고물가 기조 속에서 노동자와 경영계 모두 생존을 부르짖는 가운데, 고용 형태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려는 노동계의 전략과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경영계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외식 물가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취약계층의 가처분 소득은 급격히 감소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시급 12,000원은 주 40시간 근무 기준(월 209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월급 약 250만 8,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단독가구 실태생계비 반영률과 고물가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을 보존하기 위해 도출된 수치로, 저임금 노동자가 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반면 소상공인 연합회와 중소기업계는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한계 상황에 직면한 영세 자영업 매장의 경우 시급이 12,000원 선으로 책정될 경우 고용을 축소하거나 무인화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고용 감소 현상은 결국 미숙련 청년층이나 고령층 노동자의 일자리를 먼저 잠식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제학적 우려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심의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에 명시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액 별도 지정' 조항의 현실화 여부다. 그동안 이 조항은 노동시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실 제도에 거의 적용되지 못하고 사문화된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배달 앱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방문 판매원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더 이상 제도권 밖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노동계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도급제 특성상 물량 확보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나 이동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 밀도 대비 극심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에게 시간당 최소한의 하한선이나 고정적인 단가 기준을 보장해 주는 것이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도급제 노동자의 경우 개인의 숙련도나 업무 선택의 자율성이 강해 일률적인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하기 불가능하며 기업의 물류 비용을 과도하게 폭등시켜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을 유발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더불어 도급제 확대 범위라는 사상 초유의 의제가 테이블에 오르면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유례없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임금 가이드라인 제정을 넘어 급변하는 디지털 고용 생태계를 어떻게 법제도 안으로 연착륙시킬 것인가에 대한 거시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측 공익위원들 역시 취약계층의 가계 소득 증대라는 정책적 목표와 영세 자영업 생태계 붕괴 방지라는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단순한 10원 단위의 수치 밀당을 넘어 노동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강경한 드라이브와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경영계의 방어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향후 열릴 전원회의에서 도출될 사회적 합의의 방향성에 산업계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