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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코스피 폭락에 눈 뒤집힌 개미들, 이틀 만에 ‘마통 빚투’ 6000억 폭등했다.

연 6% 고금리 폭탄도 무시한 역대급 저가 매수…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 43조 육박하며 금융시장 건전성 경고등

출처:연합뉴스

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코스피 시장이 미국발 악재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로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한도 끝까지 끌어 쓰며 자본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연 6% 안팎의 높은 대출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단기 급락을 주가 저점 매수의 결정적 기회로 판단한 ‘빚투(빚내서 투자)’ 행렬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서킷브레이커발 충격과 급락세를 보인 단 이틀 동안에만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000억 원 넘게 급증하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금융 시장은 주식 계좌로 실탄을 쏘아 올리려는 직장인들과 개인 투자자들의 숨 가쁜 자금 조달 작전으로 유례없는 비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마이너스통장 계좌를 추적한 결과, 실제 인출되어 주식 매수 자금으로 쓰인 대출 잔액이 무려 42조 95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승인 한도 수치가 아니라 개미들이 은행에서 진짜로 빼다 쓴 순수 실행 금액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 월말 기준 통계로 복기해 보면 자산 시장 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22년 11월 이후 무려 3년 7개월 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빚으로 둔갑해 증시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이러한 돈 가뭄 속 영끌 대출의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무서운 기세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말까지만 해도 39조 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묶여 있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월 한 달 사이에만 1조 7000억 원이 넘게 불어나며 방어선이 무너졌다.

 

잔인한 6월이 시작되자마자 단 5영업일 만에 다시 1조 4191억 원이 추가로 인출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개미들이 복잡한 대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반 신용대출 대신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즉시 주식 계좌에 꽂아 넣을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전방위적인 비상금 창구로 택했기 때문이다.

 

가장 소름 돋는 지점은 주식 시장이 사정없이 조각나며 투매 물량이 쏟아졌던 지난 6월 5일과 8일 이틀 동안 목격된 개미들의 초현실적인 역발상 행보다. 전 세계적인 악재에 질린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던지며 시장이 마비되고 개장 직후 거래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자, 개인들은 오히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이틀 동안에만 6085억 원의 마통 대출을 실행해 주식을 쓸어 담았다.

 

폭락의 서막이 오른 5일에 1367억 원이 신속하게 빠져나갔고, 지수가 바닥을 모르고 고꾸라지며 장중 7442선까지 밀려났던 8일 하루에는 무려 4719억 원의 대출 잔액이 한꺼번에 폭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기이한 폭증 현상을 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뇌리에 박힌 강력한 '성공 학습 효과'가 발동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불과 한 달 전인 5월 15일 코스피 역사상 최초로 장중 8000선을 돌파하며 맛보았던 짜릿한 승리의 기억이 이번 단기 급락을 인생 역전의 ‘무조건 먹는 저점 매수 타이밍’으로 오판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미친 듯이 치솟고 국내 증시의 기둥인 반도체 대형주들이 연이어 폭락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5.54%, 이틀 만에 8.29% 대폭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으며, 오늘 장중에도 여전히 8000선 복구에 실패한 채 피 말리는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빚을 내서 조정을 방어하는 개미들의 눈물겨운 사투 뒤에 연 6%에 육박하는 잔인한 고금리 이자 폭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중은행과 증권가 전문가들은 주가가 급하게 무너진 직후 강력한 V자형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들어온 단기 차익 수요가 현재 최고조에 달했다고 경고한다.

 

만약 미국발 거시경제 악재가 장기화되어 국내 증시의 하락 조정기가 개미들의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매달 통장에서 깎여 나가는 고금리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개인들의 가계 재무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며 순식간에 파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금융당국의 가슴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자산 시장의 기형적인 부동산 쏠림 현상을 막고 국가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기 위해 시중 유동 자금을 제도권 자본시장과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정책적 방향성과는 별개로 단기 시세 차익만을 노린 무분별한 고금리 ‘빚투’ 대란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재앙이다. 깡통 계좌와 부실대출의 누적은 시중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 조그만 대외 충격에도 대한민국 증시 전체가 도미노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초대형 악순환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당국의 규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