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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9,000선 진입을 눈앞에 두었던 코스피 시장이 미국 브로드컴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론에 직격탄을 맞으며 장중 한때 8,000선 붕괴 위기까지 몰리는 극심한 변동성을 연출했다.
개장 직후 지수가 급락하자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외국인과 기관이 2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동반 매도세를 쏟아내며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내렸다. 지난 한 달간 24% 넘게 급등한 데 따른 단기 과열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 기술주 조정이 대규모 차익실현의 기폭제로 작용한 모양새다.
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52분 기준 전날보다 4.83% 폭락한 8,221.83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3.66% 밀린 8,323.20으로 문을 연 지수는 개장 직후 하락 폭을 빠르게 키웠으며, 오전 10시 18분에는 무려 6.96% 떨어진 8,038.10까지 고꾸라지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시장 역시 장중 4% 넘게 급락하며 3개월 만에 1,000선을 하향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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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락의 표면적인 발단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가이던스 실망감이다. 브로드컴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AI 칩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낮은 160억 달러로 제시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와 부대시설 구축 속도가 시장 기대를 따라가지 못해 매출 증가세가 제한되고 있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AI 투자 사이클 둔화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음 주 예정된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반도체 업종에 쏠려 있던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며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12.59%)과 마이크론(-7.74%) 등 주요 기술주가 무더기 폭락을 맞이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대외적 악재보다는 한국 시장 내부의 극단적인 과열과 취약한 수급 구조에서 기인했다고 진단한다. 코스피는 지난달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9일 만에 8,000선마저 돌파하는 전례 없는 수직 상승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유지하며 전날까지 무려 66조 6천187억 원 규모의 주식을 시장에 매물로 던졌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 폭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지난 2일 8,801.49까지 치솟으며 9,000선 목전까지 갔던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빚투(신용거래)'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 7천91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과열이 임계점에 달하자 미래에셋증권은 5일부로 국내 최대 ETF인 KODEX 200의 종목군을 최고 위험 등급인 'F'로 하향 조정하고 신규 융자와 만기 연장을 전격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반도체 두 종목에 과도하게 쏠린 시장의 기형적 구조도 변동성을 키운 핵심 요인이다. 5월 이후 전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9%, 79% 급등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8%에서 52.2%로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두 종목의 향방에 따라 코스피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자 변동성지수(VKOSPI)는 과거 평균치인 20을 세 배 이상 웃도는 70포인트 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6.3원 급등한 1,548.9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증시에 무거운 압박으로 작용했다.
다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추세적인 하락 전환이 아닌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숨고르기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연구진은 이번 조정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둔화나 금리 인상 같은 매크로적 펀더멘털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의 기대치가 단기적으로 너무 높아진 상황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일시에 쏟아진 현상일 뿐이므로, AI 인프라와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인 상승 모멘텀을 신뢰하며 기존 주도주 비중을 유지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