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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150조 ‘국민성장펀드’ 쟁탈전 점화…충청권 미래산업 명운 가를 ‘골든타임’ 열렸다

정부,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5년간 대규모 자금 수혈…지역 할당 40% 쟁취 경쟁 본격화
영남권 선제 대응 속 대전·충북·충남 연계형 ‘메가 프로젝트’ 발굴 시급성 대두
장기 투자 맹점인 ‘정책 변동성’ 리스크 최소화 및 촘촘한 수익성 검증은 숙제

출처:KTV

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이(李) 정부의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조성 단계에 돌입하면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의 대규모 자금 확보 쟁탈전이 막을 올렸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우주항공 등 국가 핵심 미래 먹거리 산업이 밀집한 충청권이 이번 거대 정책금융을 마중물 삼아 글로벌 산업 메카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역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남권 등 타 권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역 맞춤형 펀드 연계 사업 청사진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충청권 역시 각 시도의 강점을 융합한 초광역 메가 프로젝트를 조속히 발굴해 선제적인 펀드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도체, AI,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딥테크 분야 전반에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금융 프로젝트다.

 

정부는 향후 5년에 걸쳐 총 15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순차적으로 조성해 시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해당 자금은 정부 부처와 산업은행, 주요 연기금이 대규모로 출자해 앵커 기업과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대규모 전력망 등에 직접 투자하는 ‘정책금융형 펀드’와 일반 국민의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국민참여형 펀드’ 투트랙으로 세분화되어 운용된다.

 

당장 이달 22일부터 3주간 6000억 원 규모로 판매가 시작되는 국민참여형 펀드의 경우, 정부 재정이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일반 투자자의 원금 손실을 일정 부분 선제적으로 방어해 주는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첨단산업 자펀드로 유도해 국가적 R&D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지방정부 입장에서 국민성장펀드가 지니는 가장 큰 파급력은 이 펀드가 단순한 기업 지원용이 아닌 ‘지역 중심의 자본 조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거점 산업 육성을 위해 전체 펀드 운용 자금의 최소 40% 이상을 비수도권 지역 프로젝트에 의무 배정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예산을 하향식으로 쪼개어 주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혁신적인 첨단산업 인프라 조성 사업을 기획하고 심사를 거쳐 자금을 직접 유치해 가는 상향식 경쟁 체제가 도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지역 할당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불을 뿜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역 내 탄탄하게 구축된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과 구미 지역의 반도체 특화단지를 엮어 펀드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연계 사업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또한 ‘부산형 혁신전략 및 핵심 프로젝트’라는 전담 추진 체계를 가동하며 항만 물류 기반의 첨단 데이터센터 유치 및 금융 연계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책금융의 배분 규모가 향후 10년의 지역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팽배한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중동의 행보를 유지하고 있는 충청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객관적인 산업 기반 측면에서 충청권은 국민성장펀드의 설계 목적과 가장 정확히 부합하는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필두로 한 국내 최고 수준의 딥테크 기술력과 더불어 우주항공청 설립과 맞물린 우주 클러스터, 그리고 AI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충청북도는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한 K-바이오의 핵심 거점이자 청주 권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가 가동 중이다. 충청남도는 아산과 천안을 주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빌리티, 이차전지 등 굵직한 하드웨어 제조 라인이 포진해 있다. 펀드가 표적으로 삼는 7대 핵심 전략산업이 하나의 권역에 모두 집적되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각 시도의 탁월한 개별 역량을 거대 자본 유치로 연결할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행정 구역에 갇힌 파편화된 사업 제안으로는 조(兆) 단위의 펀드 자금을 끌어오기 어렵다.

 

대전의 기초 R&D 성과가 충북의 소재·부품 실증 테스트베드를 거쳐 충남의 대규모 제조 공정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초광역 첨단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이를 지원할 통합 데이터센터나 거점형 친환경 전력망을 건설하는 형태의 매머드급 공동 프로젝트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경제단체의 한 고위 인사는 “국민성장펀드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털의 수익 추구형 투자가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막강한 정책 개입”이라고 짚으며 “충청권 4개 시도가 개별 플레이를 멈추고 충청권 메가시티라는 큰 틀 안에서 대규모 산단 조성과 앵커 기업 연계 방안을 담은 파괴력 있는 투자 제안서를 중앙정부에 즉각 제시해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낙관적인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수십조 원의 자금이 장기간 결집하는 정책 펀드의 특성상 가장 경계해야 할 변수는 ‘정책의 변동성’이다.

 

첨단전략산업의 원천 기술 확보나 대규모 인프라 구축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이 소요되는 장기 레이스다. 만약 향후 거시 경제 위기가 도래하거나, 정권 교체 등으로 인해 국가 산업 육성 기조가 돌연 수정될 경우 펀드의 추가 출자나 운용 방향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외풍으로 자금 공급이 예고 없이 중단되면, 펀드에 전적으로 의존해 판을 키워놓은 지역 산업 생태계가 연쇄 도산이나 대규모 부실이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충청권이 이번 국민성장펀드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지자체보다 한발 앞선 혁신 프로젝트의 기획과 더불어, 외부 정책 변화에도 자생력을 잃지 않도록 철저한 수익성 검증과 민간 자본 중심의 안정적인 엑시트(투자 회수) 모델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정교한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