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KBS
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국내 고용 시장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고용 동력이 급격히 상실되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제조업 취업자가 22개월 연속 줄어든 가운데, 청년층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며 구조적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13일 발표된 국가데이터처의 고용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4월 전체 취업자 수는 2896만 1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불과 7만 4000명 늘어난 수치다.
불과 두세 달 전만 해도 20만 명대를 유지하던 증가 폭이 순식간에 반토막 난 셈이다. 이와 같은 저조한 성적은 지난 2024년 말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고용 정체'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둔화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한 유가 불안이 국내 물가와 내수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서민 경제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 상승은 운수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물류 분야의 고용 창출 여력까지 갉아먹는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2년 가까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된다.
기술 서비스업과 농림어업을 포함한 주요 생산 현장에서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서도 10만 명 이상의 취업자가 감소한 점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고용 엔진마저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전체 취업자 수의 외형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보건복지 서비스업과 같은 공공·돌봄 성격의 일자리들이다. 지난달 보건복지 서비스업 취업자는 26만 명 넘게 늘어났는데, 이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민간 시장의 자생적인 고용 창출 능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출처:KBS
이번 통계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청년층(15~29세)의 고용 상황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43.7%로 떨어졌으며, 무려 24개월 연속 하락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1개월 연속 하락했던 기록 이후 가장 긴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내리막길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제조업과 전문 기술직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갓 사회에 발을 내디뎌야 할 세대들이 갈 곳을 잃었다. 비록 청년 실업률 수치 자체는 소폭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거나 학업 연장 등으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 인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어 '착시 현상'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년층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60세 이상의 장년층이다. 지난달 장년층 취업자는 약 19만 명 증가하며 사실상 전체 고용 수치를 견인했다.
이는 은퇴 후에도 생계 유지를 위해 저임금 서비스직이나 공공 근로에 뛰어드는 노년층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고용 시장은 '청년 실종'과 '노인 노동'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정부와 산업계의 특단 대책이 없다면 고용의 질적 하락과 세대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활성화를 통한 자영업 및 서비스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침체된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청년들이 원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중동 전쟁과 같은 대외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우리 고용 시장이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견뎌낼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